영캐주얼 버리고 新명품…백화점 편집숍 진화

입력 2021-10-06 17:19   수정 2021-10-07 01:53


백화점들이 명품, 리빙 편중 현상 타개를 위해 과거 구색맞추기 수준에 머물렀던 패션 ‘편집숍’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 층 집객의 선봉장이던 패션 부문이 온라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고급화된 자체 편집숍을 해결사로 내세운 것이다. 과거 ‘보세 패션’ 위주의 외부 편집숍에서 탈피해 직매입, 무재고 점포 등 기존 문법을 깨며 직접 값비싼 ‘핫 브랜드’들을 유치하고 있다.
백화점 3사, 편집숍 공격 출점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편집숍 피어(PEER) 점포를 내년까지 10호점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4개점에서 연내 판교에 5호점을 열고 내년엔 새로 5개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매년 1개 출점’이라는 기존 계획에서 180도 방향을 틀었다.

피어는 중저가 위주의 기존 영캐주얼 패션 전략을 완전히 버렸다. 후드티 하나가 40만원에 이르는 스튜디오니콜슨 등 인기 브랜드를 대거 영입했다. 피어의 소비자 1인당 객단가는 평균 3만~4만원이던 기존 영캐주얼 브랜드의 3배인 10만원에 달한다. 매출도 월 3억원 수준으로 기존 매장의 5배 이상이다. 비싼 가격에도 전체 고객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를 넘는다.

롯데백화점도 적극적인 자체 편집숍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동탄점에 문을 연 ‘#16’을 비롯해 탑스, 엘리든, 파슨스 등 다양한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고급 편집숍 ‘분더샵’은 올해 1~8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33% 늘었다. 패션뿐 아니라 젊은 층 관심이 많은 스니커즈, 액세서리 등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 분더샵은 신세계백화점의 고급 토털 패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직매입 마다하지 않는 백화점
과거엔 백화점의 편집숍도 값싼 보세상품과 임대운영 방식이 주를 이뤘다. 다른 매장과 마찬가지로 편집숍 브랜드에 임대를 줄 뿐 브랜드 관리나 상품 기획(MD)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영캐주얼=중저가’라는 공식에 따라 온라인과 다를 게 없는 패션 브랜드들이 매장을 채웠다. 젊은 소비자를 백화점으로 유인할 동인이 사라진 것이다.

젊은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 백화점은 자체 편집숍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직접 희소하고 인기 높은 브랜드를 유치해 고급화된 젊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데 주력했다.

현대백화점 피어의 경우 직매입 비중은 60%에 달한다. 피어를 처음 연 2019년에는 5%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인기 있는 브랜드들은 과거 백화점 채널에 사활을 걸던 브랜드와 달리 굳이 입점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선 직매입을 통해 재고부담을 없애주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편집숍들은 매장 직원도 백화점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이어서 브랜드들의 부담이 덜하다.

롯데백화점 #16은 매장에서는 옷을 입어보기만 하고 구매를 결정하면 상품을 배송해주는 ‘무재고 점포’로 운영된다. 고급 브랜드 유치를 위한 전략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인기 소규모 브랜드는 백화점 점포에 재고까지 고려한 물량을 납품할 정도로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재고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편집숍은 이제 백화점의 색깔과 실력을 좌우하는 ‘MD 경연장’으로 탈바꿈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마다 특별한 브랜드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온라인과의 경쟁을 넘어 백화점 간 자존심 경쟁이 편집숍을 통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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